🌬️ 지브리 세탁소 1화 – 바람의 셔츠

“빨래는 기억을 씻어내는 마법입니다.”

🧺 골목 끝의 세탁소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붉은 지붕과 나무 간판이 달린 조용한 세탁소가 하나 있어요.
입구엔 작은 종이 달려있고, 문을 열면 은은한 라벤더 향이 퍼지죠.
그곳이 바로 지브리 세탁소입니다.

세탁소 안에는 조용한 고양이 한 마리와,
오래된 세탁기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고,
주인장 미치코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빨래를 받고 있죠.

“이 셔츠 좀 부탁드릴게요.”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구김이 가득한 남색 셔츠를 내밀었습니다.
셔츠에서는 바람 냄새와 어딘가 익숙한 비누향이 났어요.

“헤어졌어요. 이 셔츠 입고 마지막으로 만났거든요.”
말없이 셔츠를 받아든 미치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탁기 2호기의 문을 열었습니다.

셔츠는 물속에 잠기자마자 조용히 흔들렸고,
그 안에서는 마치 짧은 영화처럼 장면이 떠올랐어요.

공원에서 손을 잡던 두 사람,
커피를 나누던 카페의 창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을 돌리던 순간의 찬바람.

“이 셔츠는... 바람을 많이 맞았네요.”
— 미치코

며칠 뒤, 청년은 다시 셔츠를 찾으러 왔습니다.
셔츠는 가지런히 다려져 있었고,
더 이상 바람 냄새는 나지 않았어요.

“신기하네요. 이제 이 셔츠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편해져요.”
청년은 셔츠를 가방에 넣고,
작은 인사를 남긴 채 조용히 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세탁소에는 다시 조용한 바람만이 남았죠.

“세탁은 끝이 아니에요.
때로는 시작이 되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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